태도변경
(도입 시작)
후설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문제는 '태도'이다. 우리가 똑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 태도를 바꿀 때마다 그것은 다루게 보인다. 교탁에 대하여 자연과학자는 '저것은 뭘로 되어있을까?'를, 경제학자는 '저것은 가격이 얼마일까?'를 묻는다. 이때 교탁은 똑같은 대상이지만 내가 취하는 태도에 따라 그것이 가진 의미가 달라진다. 어떤 태도를 취하든 그 태도는 대상에 대한 태도이다. 이 시선을 대상이 아닌 내 쪽으로 옮기려면, 세계로 향했던 시선을 내 자신으로 옮기려면, 태도변경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인과 결과를 따지는 건 어떤 태도를 취하고 대상을 보는 것이지만, 태도를 바꾸는 부분에 착목하게 되면 그것은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태도변경에 있어서) 세계로 향했던 시선을 내 자신으로 옮겨 놓는 것이 현상학의 중요한 과제이다. 플라톤도 유사하게 현상계에 꼽혀 있는 영혼의 시선을 이데아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후설은 더 나아간 지점을 말한다 - 그것이 현상계든지 이데아든지 그것은 인식의 대상에 지나지 않고, 그 시선을 가지고 있는 시선 자체로 향해야 된다고.
(도입 끝)
(1) 자연적 태도와 학문적 태도
a. 대상의 객관성에 대한 믿음, 또 그 객관성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태도, 이게 일반인들이 살아가면서 취하는 자연스러운 태도이고, 이 태도를 소박한 자연적 태도로 명명하기로 하자.
b. 자연적 태도를 포기함으로써 우리는 학문적 태도를 취할 수 있는데, 학문적 태도를 취해도 마찬가지로, 자연과학은 대상에 관한 관심을 가지며, 형상적 학문인 철학 역시 대상의 본질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 결국 모두다 대상에 몰입하고 있는 태도를 벗어나진 못한다.
c. 후설은 대상에 몰입하는 태도를 벗어나서, 시선을 의식으로 전환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의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태도의 전환이 성립해야만 한다. 어떻게 해야 태도를 바꿀 수 있을까?
(2) 태도변경의 구조
ㄱ. 센세의 언급들
a. "자연적 태도는 어떤 것이 나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실재한다 라고 하는 태도예요. 선험적 태도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 대상은 그 자체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의 대상으로서 또는 의미구성된 대상물로서 실재합니다. 세상은 그 자체로 있는 것이 아니고 인간에 대하여 존재합니다."
b. "전통적 형이상학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대상의 대상성은 나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본질로 실재하는 겁니다. 따라서 본질의 영역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c. "영국경험론자들은 감각에 의해 주어진 관념으로 실재한다고 보든지, 관념 뿐이라고 생각하든지 상관없이 감각에 주어진 것으로서 이 컵이 실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후설은 의미구성물로 실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재론적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의미 빼고 (이게) 책상이라고 말할 것입니다(경험론자라면). 후설은 '의미'가 곧 책상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d. "그리고 이 의미는 그 자체로 있는 것이 아니고, 의미를 구성하는 마음작용과 더불어 같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후설쪽에서 보면 이 세계는 인간이 구성한 마음의 의미체계로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인간은 결국은 인간이 구성한(의미부여한) 세계 속에 있는 것입니다."
e. "이것은 하이데거에게서 '세계-내-존재' 개념으로 드러납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의 마음은 세계 내에 객관적으로 있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또 하나는 이 세계의 성립조건이란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세계 밖으로 초월해서 나갈 수가 있는 겁니다. 두 가지 조건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cf. 실존철학]"
ㄴ. 가능성으로서의 마음
a. 경험적 자아가 경험적 대상과 관계해서 드러나고, 본질 자아가 본질과 관계해서 드러날 때, 이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내 마음이 있습니다.
b. 인간의 한 의식이 대상과 관계맺으면 의식이 자기자신을 되돌아볼 수 잇는 조건으로 드러나는 거고, 드러날 수 있는 조건으로 물러난 거죠. 다르게 말하면 대상과 관계맺으면 이게 경험적인 거든지 형상적인 거든지 상관없이 의식이 대상과 관계맺음으로써 내가 내 자신을 볼 수 있게 되는거고, 또 한편으로 볼 수 있는 마음으로, 대상과 관계맺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 물러나야 하는 거죠.
c. 인간의 의식은 대상과 관계맺어서 그때그때 다르게 드러나는 마음작용임과 동시에, 그렇게 그렇게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마음입니다.
d. 그러므로 마음에는 이중적 구조가 있는 거지요. 첫번째 조건은 대상과 관계맺어서 마음이 자기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또는 드러난 마음이 하나 있는 것이고, 두번째, 이렇게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