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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15년 1학기 프랑스철학 교수님의 수업에서 다룬 내용의 정리물이다.
강의(discussion) _ 신지영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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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내가 그 교수님이 근대적 문제 설정(주체철학 개관)이 이들 이후로 해체되는 흐름을 가르치려고 의도한 바, 그것을 충실하게 요약하려고 해본 것이다.)
1. 맑스, 프로이트, 니체에게서 주체와 진리의 문제
근대철학에서 전제해오던 기존의 인간은 자유를 구가하는 초월적, 자기정립적, 이성적 존재이자, 계몽될 수 있고 합리적 판단이 가능한 존재였다. 맑스, 프로이트, 니체는 인간의 비초월적, 비자기정립적, 비이성적, 비합리적 측면을 드러냄으로써, 또한 인간이 그다지 주체적 행위자가 아님을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인간관을 뒤집어 놓았다.
맑스는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라고 말하는데, 그는 외곽의 실천들에 의해 한 인간이 구성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란 선천적이고 항구적인 어떤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며, 따라서 관계가 달라지면 다른 존재로 될 수도 있다. 맑스에 의하면 자명하고 확실한 항구적 기초이자 출발점인 '주체'가 따로 없고, '주체'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구성물/결과물이다 : “사회적 존재가 사회적 의식을 규정한다.”
니체 역시 근대적 주체개념을 출발점이 아니라 (권력의지가 구성해내는) 결과물로 간주한다. 그 출발점이 되었던 '나'란 주체는 문법의 환상에 불과하며, 반대로 '내가 하는 생각'이란 권력의지의 산물이 된다. 또한 무의식적이고 능동적인 힘이야말로 '자아self'를 구성한다.
프로이트에게는 의식의 해체로부터 주체의 해체가 수행된다. 근대철학에서 주체는 의식과 동일시되었고 통일성을 갖고 있었으며 당연히 투명한 존재였다. 또한 주체가 모든 대상에 대해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지배하는 중심이었다. 그런데, 무의식이란 개념이 끼어들자마자 주체가 의식과 동일시될 수 없게 되어, '생각하는 나' 이외에 그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나'가 인간 내부에 있게 된다. 무의식이란 의식의 접근이 봉쇄되어있는 블랙박스이나, 인간 정신활동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의식에 영향을 끼치며 의식이 사고할 수 있게 하는 가이드라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더이상 자아(의식)가 중심이라고 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은 진리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 맑스는 '어떻게 실천하느냐,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각자가 사물을 다른 것으로 경험할 것이라는 전제로부터, 그 물건에 대해 '영원한 진리'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중요한 것은 어떤 판단이나 지식의 현실성과 타당성(옳음)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대상적 진리를 가질 수 있는가의 문제는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는 것이다.
니체에게 진리는 진리의지의 산물이며, “반박되지 않는 그러한 종류의 오류”이다. 참이냐 거짓이냐 하는 판단은 그것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진리의지 안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식의 문제는 그것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며 어떤 '효과'를 야기하는가의 문제로 전환된다.
프로이트의 경우 주체에 있어서 knowing과 unknowing 부분으로 나누어진 분열을 통해 인간의 내부/내면을 규정했기 때문에, 그의 작업을 통해서는 기존의 knowing(consciousness) 관념이 부득불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진리도 허구도 규정할 수 없는 무의식이 우리 안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허구도 의미있게 다뤄야 한다. '나는 참된 사실을 믿고 있다'는 진술은 비판되어야 한다. 프로이트 이후의 현재부터는 허위/착각 등을 철학에서 의미있게 다룰 필요가 생겨났다.
1.2 해석
그들은 근대적 주관 안에 내포되어 있던 인간관을 '인간 = 다른 이질적인 것에 의존하고 있는 열린 시스템'으로 파악함으로써, 주체가 가지는 진리는 실천의 문제, 지배적 의지가 일으킨 효과의 문제, 무의식이 일으킨 병리적 현상으로 전환되었다. 주체와 마찬가지로 진리에도 역시, 진리 스스로의 자명함이 아닌 다른 이질적인 것에 의존하고 있다는 메커니즘이 적용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