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리오타르와 포스트모더니즘의 관계

출처 : https://imksammy.wordpress.com

 

I. 프랑스철학은 포스트모더니즘인가?

 

   그 이전에 우선 프랑스철학의 국내수용양상을 점검해보는 게 필요.

   국내에서 프랑스철학은 보통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이름과 결부되어 사용. 곧 프랑스철학은 ‘단일성보다는 차이를, 합리성보다는 비합리성을, 이성보다는 감성을, 중심보다는 주변을, 필연보다는 우연을, 거대 서사보다는 작은 이야기를, 문자보다는 영상을, 엄격함보다는 유희를 중시한다 운운’이라고 소개. 하지만 이는 저널리즘식의 피상적이고 선정적인 관점에 불과하다는 점 이외에도, 사실 미국(및 독일)식의 논의구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움.

 

   흔히 포스트모더니스트로 분류되는 프랑스철학자들, 곧 데리다, 푸코, 들뢰즈 등은 스스로를 결코 포스트모더니스트로 부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개 포스트모더니스트로 분류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증상적. 프랑스철학은 처음부터 스스로의 이름을 박탈당하고 다른 이름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 따라서 왜 이런 포스트모더니즘론이 등장하게 되었는지, 그것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지 고찰해보는 것은 국내에서 프랑스철학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한 기본 전제.

 

1. 포스트모더니즘론의 등장

 

   (1) 장-프랑수아 리오타르의 포스트모더니즘

   프랑스 철학자들 중 유일하게 포스트모더니스트임을 자처하는 사람은 바로 리오타르. 이런 측면에서 의미 있는 책은 리오타르의 출세작인 <포스트모던 조건>(1979). 리오타르는 이 책에서 근대를 거대 서사의 시기로 규정하면서 이제 더 이상 거대 서사의 시기는 지나갔고, 그 대신 작은 이야기들 중심의 탈근대/포스트모던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선언.

<포스트모던 조건>의 역설은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도 리오타르의 중심 저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리오타르의 사상을 대표하는 저작으로 간주된다는 점.

 

   (2) 하버마스와 모더니티/포스트모더니티 논쟁

   하버마스는 1980년대 모더니티 논쟁에 몰두.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1985)은 하버마스의 관점을 집약하고 있는 책. 이 책에서 하버마스는 청년 헤겔학파 이래 현대 사상의 흐름을 조망하면서 니체, 하이데거에서 바타이유, 푸코, 데리다에 이르는 포스트모던 철학 계보를 비판하고 있음. 이 책은 독일과 영미권에서 모더니티/포스트모더니티 논쟁의 표준을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님.

 

   이 논쟁은 전형적인 미국식/독일식 논쟁. 미국 학계에서는 1970년대 이후 점차 학계에서 세력을 넓혀가던 구조주의/프랑스철학의 위치를 지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고, 독일 학계 내부에서 보자면, 독일 관념론으로 대표되는 독일철학 전통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관한 논쟁(헨리히/하버마스 논쟁)과 프랑크푸르트학파 1세대의 전통과 비판적으로 단절해야 할 필요성, 언어철학적 전회 내부의 의견 차이(아펠/하버마스 논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프랑스철학은 니체, 하이데거의 과격한 형이상학/근대성 비판을 계승하여, 근대성의 핵심인 주관성의 형이상학을 일체 거부하는 것으로 간주됨(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로 대표되는 비판철학 1세대 안에도 이런 경향이 존재). 프랑스철학은 나치즘과 공통의 사상적 뿌리(니체, 하이데거)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수용 불가. cf. 하이데거 논쟁.

하버마스는 형이상학 비판적이되, 규범적 기초를 보존할 수 있는 철학적, 사회이론적 문제설정을 추구했으며, 의사소통 합리성에서 이러한 해법을 발견.

 

   (3) 모더니티/포스트모더니티 논쟁의 빈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편파적 또는 비대칭적. 이 논쟁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사람은 리오타르가 유일했기 때문. 실제로 80년대 후반 영미권과 독일철학계 내부에서 큰 화제가 된 이 논쟁은 프랑스철학 내부에서는 거의 반향을 얻지 못함. 알랭 르노/뤽 페리, <68사상>(1988) 정도가 이 논쟁을 반향.

이 논쟁은 이후 빅토르 파리아스의 <하이데거와 나치즘>(1987)의 출간 이후 하이데거와 나치즘 논쟁으로 연결되었으나, 모더니티 논쟁 자체는 생산적인 결실을 얻지 못한 채 흐지부지하게 소멸됨. 논점 자체가 모호했기 때문.

 

2. 국내의 포스트모더니즘 논의

 

   (1) 국내의 프랑스 철학 수용

   국내의 프랑스 철학 수용은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 1980년대 후반부터 알튀세르와 푸코, 데리다, 리오타르 등의 저작과 소개서가 출간되기 시작되고, 90년대 이후 푸코와 들뢰즈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도입.

 

   ● 초기 단계: 1980년대 말

   단편적 소개. 푸코의 몇몇 저작 및 데리다, 리오타르 등의 저서가 번역, 소개. 포스트모더니즘의 맥락에서 프랑스철학을 이해. 김현, 김욱동

 

   ● 본격적 도입: 1990년대

   알튀세르, 푸코, 들뢰즈의 저작들이 다수 번역되고, 이들의 작업에 관한 논의가 시작. 사회주의 또는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또는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한 가지 방편으로 이해. 김진석의 데리다 수용, 이병천/박형준/김성기 등의 포스트마르크스주의 수용 (윤소영/서관모 등의 알튀세르 수용), 김세균, 최갑수 등의 정통 마르크스주의 고수.

 

   ● 프랑스철학의 응용 시도: 2000년대 이후

   푸코, 들뢰즈의 작업을 해설하고 응용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짐. 지젝을 통한 라캉 정신분석의 수용. 프랑스철학과 마르크스주의의 분리. 이진경 및 수유연구실의 들뢰즈주의적 작업, 김형효의 프랑스철학 연구 및 동양철학과의 접목 작업, 김상환의 데리다 연구, 이정우의 (푸코?/) 들뢰즈 수용, 박성수의 영화이론 연구, 탈식민주의 연구, 페미니즘 연구 등. 주목할 만한 것은 푸코 연구의 체계적 수용과 응용작업이 부재하다는 점. 미시사/일상사 연구가 대체.

 

   (2) 국내 프랑스철학 수용의 몇 가지 특징

 

   ● 미국의 수용 경향을 반영: 포스트모더니즘으로서 프랑스 철학

   국내의 프랑스철학 수용은 영문학자들 및 일부 불문학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짐. 1970년대 이후 영미 문화이론계에 수용되는 맥락을 반영하여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해.

 

   ● 사회주의의 몰락에 대한 하나의 대안

   프랑스철학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수용되기 시작한 1980년대 말 ~ 1990년대 초는 세계사적인 대격변의 시기. 포스트모더니즘으로서 프랑스철학은 모더니티로서의 사회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또는 하나의 보완물로 간주됨.

   결과적으로 프랑스철학은 반마르크스주의 또는 탈마르크스주의적 성격을 띠게 됨.

   또한 알튀세르를 중심으로 마르크스주의를 개조하려는 국내의 노력(윤소영/서관모)은 상대적으로 주변화된 위치에 놓이게 됨.

 

   ● 수용의 비체계성

   -고유한 문제의식의 결여. 80년대의 사회성격논쟁 또는 민족문학논쟁 같은 주요 논의를 차단하거나 중지시키는 결과를 낳음.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번역, 도입되고, 체계적인 교육이나 연구 노력이 미흡.

   -번역의 문제

 

3. ‘포스트~’론의 오해와 진실

 

   (1) ‘포스트~’론의 문제점

   ‘포스트~’론은 프랑스철학 고유의 문제의식, 맥락을 무시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 대부분의 프랑스 철학자들은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미국적인 배경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국내 학계의 대미 종속성, 식민성을 그대로 드러내줌. cf. 미국 학계에서 프랑스철학을 생산적으로 수용하는 양상에 대한 검토 필요.

 

   (2) ‘포스트~’론의 의의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포스트~’론은 마르크스주의를 포함하여 근대성의 담론에 기초한 인문사회과학의 한계 내지는 문제점들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님. 더 나아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과 세계화의 도래를 통해 ‘포스트모더니티’는 정치경제적 현실의 양상을 띠게 됨.

 

   따라서 중요한 것은 ‘포스트모더니즘’ 또는 ‘포스트~’론에 대한 전면적 거부나 찬성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선별하는 작업. 곧 여러 가지 형태, 여러 가지 상이한 노선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마르크스주의, 포스트구조주의가 존재하며, 문제는 이것들을 적절하게 분류하고 평가하고 심화하는 것. 이는 아직 진행 중인 쟁점.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그 동안 국내에서 이루어진 프랑스 철학 수용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프랑스철학의 수용과정 및 양상에 대한 비판적인 반성 작업이 부재했다는 점. cf. 7-8년 전(IMF 위기 직전)에 있었던 <프랑스철학과 우리>라는 기획.

 

 

2. 

 

위로가기

  • Facebook Clean
  • Twitter Clean
  • Instagram Clean

© 2023 by CHEFFY. Proudly created with Wix.com

업데이트 구독하기

축하합니다! 사이트가 구독됩니다.

bottom of page